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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 야구게임을 둘러싼 불협화음들
작성일 : 10-05-28 10:02



[손윤] 야구게임을 둘러싼 불협화음들

작년 8월 마해영, 박정태, 진필중, 임선동 등 은퇴 선수 13명은 서울지방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 온라인 야구게임을 운영하는 CJ인터넷(마구마구)과 네오위즈게임즈(이하 네오위즈, 슬러거)를 상대로 자신들의 초상권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신청서에서 이들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자신들 허락 없이 개인기록이나 사진, 실명을 게임에 제작해 공급 및 판매했다.”라고 밝히면서, “은퇴한 선수들의 성명권과 초상권 등을 침해했다,”라고 호소했다.

법원은 작년 11월과 12월에 은퇴 선수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은퇴 선수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마구마구와 슬러거 등 온라인 야구게임에서 은퇴선수 13인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CJ인터넷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13명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대체했다. 이것에 대해 은퇴 선수 13명은 영문 이니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며, 올해 4월 서울서부지법은 마구마구에서 “채권자들(은퇴선수 13인)의 각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결정했다.

“퍼블리시티권에서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이 그 대상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선수의 실명이 아닌 이니셜이나 이름 중 일부를 바꾸어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다. 대상의 형상을 실루엣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역시 대중이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지적재산권 전문인 박병채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 결과, CJ인터넷이 운영하는 마구마구에서는 마해영, 박정태, 주형광 등 13명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반면, 같은 온라인 야구게임인 네오위즈의 슬러거에는 이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왜 마구마구에는 없는 13명의 은퇴선수가 슬러거에는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 5월 13일 사단법인 일구회(이하 일구회)는 슬러거의 운영사인 네오위즈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월 사단법인으로 재출발한 일구회는 CJ인터넷과 네오위즈 등에 각 회원의 성명 등을 무단으로 침해한 것에 대해 사과 및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촉구한 바가 있다. 현재 일구회 산하 은퇴선수협의회에는 조범현, 김경문, 선동열, 박종훈, 한대화, 김시진 등 현역 감독 6인을 비롯한 300여 명이 가입한 상황이다.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은퇴선수의 성명권 사용 등과 관련해 사전협의와 동의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것에 대해 CJ인터넷 등은 성실하게 대화의 창구를 열었지만, 네오위즈는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부득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즉, CJ인터넷과 엔트리브소프트 등이 일구회와 은퇴선수 성명권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네오위즈는 단 한 차례 만남 이후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한 야구인은 “일구회가 네오위즈에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네오위즈가 작년에 가처분 신청을 한 은퇴 선수들과 금전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4월 상당 금액이 은퇴 선수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됐다. 사실 네오위즈가 가처분 신청을 한 은퇴 선수들과 합의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은퇴 선수 성명권 등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비밀 아닌 비밀로 한 점이다. 일구회에서 네오위즈에 위 사실을 문의했을 때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구회로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네오위즈의 태도에 상호존중 속에 원만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법적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은퇴 선수의 성명권 등을 놓고 일구회와 네오위즈가 대립한다면, 현역 선수와 관련해서는 선수협과 CJ인터넷이 불편한 관계에 있다. 작년 12월 선수협은 CJ인터넷에 은퇴 선수와 같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현역 선수 408명을 마구마구에서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권시형 선수협 사무총장은 “법원에 의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는데도 CJ인터넷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역선수들의 성명권 등의 사용에 대한 사전협의와 동의를 요구한 것에도 어떤 대응도 없었다. 반면, 네오위즈는 기존 침해에 사과하면서 성실한 자세로 협의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차이가 결과적으로 5월 26일 선수협과 네오위즈 간에 프로야구 선수의 성명권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 사용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사실 이 계약은 작년 5월에 있었던 KBOP(KBO의 마케팅 자회사)와 CJ인터넷이 3년간 프로야구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의 연장선에 있다.

이 독점 계약이 작년 11월에 드러나면서 네오위즈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선수협은 “다른 게임에서 발생할 사용료 수익을 독단으로 포기한 것으로, 관리자 의무를 준수하기로 한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다.”라며 KBOP에 초상권 사용 계약 파기를 통보하면서, ‘초상권 위임계약 해지 및 KBO-CJ인터넷 간의 독점계약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역 선수의 성명권 등이 선수협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4월 서울중앙지법은 모바일 야구 게임인 그래택사의 ‘한국 프로야구 2005’와 관련된 소송에서 "(현역) 선수들의 동의 없이 성명과 기록 등을 사용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래택사는 KBO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법원은 “선수들이 각 구단과 야구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초상권, 저작권 등을 구단에 일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KBOP는 선수협과 선수 초상권 등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이 권리와 각 구단으로부터 위임받은 구단 로고 등을 온라인 야구게임사와 사용계약을 맺었다. 그 대가로 선수협에 수익의 30%를 주고 있다. 즉, 선수의 성명권 등이 선수협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선수협이 낸 ‘초상권 위임계약 해지 및 KBO-CJ인터넷 간의 독점계약 무효’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KBOP와의 독점 계약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CJ인터넷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반면, 네오위즈가 기사회생을 넘어 호기를 맞이한다. 게다가, 판결과 관계없이 선수협과 KBOP와의 현역 선수 초상권 위임은 올해로 끝을 맺는다. CJ인터넷이 내년부터 마구마구에 선수 실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수협과 계약을 맺어야만 한다.

그러나 단순히 ‘슬러거 유리, 마구마구 불리’라고 도식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선수협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슬러거가 KBOP와 계약을 맺지 못하면 구단의 로고 및 유니폼 등을 사용할 수는 없다. 반대로, 마구마구는 구단의 로고 및 유니폼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현역 선수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나 캐릭터 등을 구현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진짜 야구’와는 거리가 먼 ‘반쪽 야구’가 되는 셈이다.

마구마구와 슬러거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실재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실존 선수들이 등장한 점에 있기에, 어느 게임이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그 피해는 게임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프로야구 열기에 힘입어 싹을 틔우기 시작한 온라인 야구 게임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엉킨 실타래와 같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모 야구인은 “선수협은 현재의 수익배분(7:3)이 KBOP에 일방적이라고 본다. 선수의 성명권 등에 대한 가치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선수협과 KBOP의 소통이다.”라고 지적했다. 어느 야구관계자도 “선수협이 바라는 것은 사전 협의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KBOP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이다.

소통의 부재다. 이것은 선수협과 KBOP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협과 CJ인터넷, 일구회와 네오위즈도 마찬가지다. 선수협이 KBOP와 CJ인터넷의 독점 계약에 반대한 것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야구 게임 시장에 독점을 인정하는 것은 독(毒)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도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은퇴 선수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 야구 게임 업체를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돌아온 야구 계절’만큼이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진짜 소통’이 필요하다.

www.yagoora.net 손윤
야구 칼럼리스트
야구 전문 블로그인 '야구라'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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