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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의 사랑에 부응하는 야구계가 되겠습니다.
작성일 : 21-09-01 10:56



안녕하십니까.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 회장인 윤동균입니다.

최근 프로야구계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잇따른 추문과 도쿄올림픽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팬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가 된 데는 구성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팬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 관심과 사랑에 부응하지 않고 팬서비스와 같은 기본적인 소양의 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결국,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천만 관중의 시대를 열며 양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팬을 대하는 태도나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공헌 등 질적 성장은 더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그런 언행을 한 현역 선수만의 문제가 아닌 야구 선배들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 은퇴 선수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속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는 엄중한 시기에 방역수칙을 어기며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판을 벌여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팬의 시선은 시베리아 벌판에 부는 바람보다 더 차가워졌습니다. 게다가, 후반기를 앞둔 시점에 음주운전까지 나와 프로야구계를 지탄하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이런 사건·사고를 일으킨 선수들의 잘못에 대해 팬의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야구 선배로 그들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그로부터 자유롭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야구계 상황은 우리 야구 선배들이 제대로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행하효’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의미인데, 우리 야구 선배가 맑은 윗물이 되지 못해 아랫물이 흐리게 된 것 같습니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영광스럽게도 저는 모든 선수를 대표해 선서했습니다. 그때 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야구가, 40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 못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다만 그 책임으로부터 저를 비롯한 은퇴한 야구인들도 자유롭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팬 여러분의 분노는 한국 야구가 변화하는 사회의 기준에, 팬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데 있을 겁니다. 일반 사회인이 평생 벌기 어려운 거액의 연봉이나 천만 관중과 같은 양적 성장만 중시해온 게 결국은 한국 야구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와 팬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국 야구에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기량 발전 중심의 야구보다는 야구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를 통해 규정을 지키는 준법정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력,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주의, 실패를 통한 성장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야구에 깃든 정신을 배우려면 어릴 때부터 기술 향상만큼이나 인격 성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을 학교 단위라면 선생님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저와 같은 은퇴 선수들이 여러 학교를 돌며 방과 후 수업 등으로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구회는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등과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프로에서는 신인급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신인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구단에서도 비시즌에 선수들을 모아 외부 강사 등을 불러 교육 시간을 갖고는 있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매우 적습니다. 미국만 해도, 마이너리그의 루키리그나 싱글에이 등의 수준에서는 스프링캠프에서 거의 매일 오후에는 그 팀의 레전드 등을 초빙해 프로선수로서 자세나 루틴 등 여러 가지를 알려줍니다. 그런 시간이 한국 프로야구에도 더 필요하고, 그런 시간의 차이가 지금의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봅니다. 일구회는 KBO와 구단 등과 연계해서 그런 역할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야구 선배인 우리 일구회가 똑바로 섰을 때 한국야구도 사회와 팬의 눈높이에 맞춰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팬의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국야구가 양적 발전만이 아닌 질적 발전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KBO리그가 한국 최고의 스포츠 리그가 된 데는 팬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성원과 바람을 더는 배신하지 않도록 일구회는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KBO와 구단들, 지도자들, 그리고 선수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잘못에 반성하며 팬의 사랑에 응답하는 한국야구가 되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나가겠습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팬의 성원과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야구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점에 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과문.hwp (70.5K), Down : 0, 2021-09-01 10: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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